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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5일 월요일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1964)><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1965)><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1966)>묵직하고 마초스런 마카로니웨스턴의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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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개봉
1964 스페인, 이탈리아,
평점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리프
개봉
1965 이탈리아, 스페인,
평점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개봉
1966 이탈리아, 스페인,
평점
<황야의 무법자(Per Un Pugno Di Dollari/A Fistful of Dollars,1964)>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1965)>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The Ugly,1966)>

1.세르지오 레오네의 마카로니 웨스턴 3부작
60년대 전만해도 서부영화가 판을 쳤지만,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슬슬 꼬리를 늘어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조금 색다른 서부영화를 만들어서 내보겠다고 자신하지요.
그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 바로 이 마카로니 웨스턴3부작인데요,(참고 : 마카로니 웨스턴이란? 쉽게 말해,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서부영화를 말합니다.)
이 3부작은 세르지오 레오네라는 걸작 감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B급 배우를 명배우의 자리에 올려놓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만큼 폭발적으로 대히트를 쳤던 것이죠.
(후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대부에 버금갈만할 역작 갱스터영화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 마카로니 웨스턴 3부작의 특징이라면, 기존의 서부영화보다 피가 더 많이 나온다는 점, 세 편의 시리즈에 출연하는 배우에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 좀 더 남자다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 이 정도쯤 되겠지요.

무엇보다도 이 3부작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도 영화지만, 음악 또한 전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음악이 워낙 서부적인 배경에 어울리는 데다가, 영화 중간중간마다 적절히 들려오는 음악이 관객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죠!ㅋㅋㅋ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음악이 계속 귓가에 어리면서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ㅋㅋㅋ
이 모든게 엔니오 모리꼬네의 능력이겠지만요...

오늘, 이 3부작을 다 보았는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마초연기 탓인지 느릿느릿한 전개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고는 말 못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최고의 엔딩과 몰입감을 관객에게 선사시켜 주기 때문이죠!

2.황야의 무법자

마카로니 웨스턴 3부작의 첫번째 작품은 <황야의 무법자>입니다.
여기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은 역할은 마을에 내려와서 두 갱스터가문을 박살내는 이름없는 자 인데요,
그의 역할이 두 갱스터가문을 이용해 파괴시킨다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가 너무 폼만 잡고 멋진 척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보면 볼수록 그렇진 않더군요ㅋㅋㅋ
아, 참고로 이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요짐보>를 리메이크 한 영화라고 합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은 정말 많은 감독에게 영화를 미치는군요...
어쨌든 좋았던 점이라면 스토리와 엔딩의 통쾌함. 단점이라면 조금 지루하리만큼 느릿느릿했던 전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3.석양의 건맨

<석양의 건맨>은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이 한 명 뿐이었던 것에 반해, 두 명으로 늘어났답니다.
둘 다 서로 협력하고 의심도 하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나오는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左)는 몬코를, 리 반 클리프(右)는 더글라스 멀티머 대령 역을 맡지요.
주인공 수가 늘어나니 재미도 더욱 늘어났고, 무엇보다도 총격신이 볼 만합니다.
추가로 멀티머 대령과 악당인 엘 인디오 사이의 관계는 영화속에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관객들을 위해 집어넣은 유쾌한 장치이니, 보실 때 잘 짚고 넘어가시는 것도 좋습니다.ㅎㅎ

4.석양의 무법자


가장 할 말이 많은 세 번째 작품.<석양의 무법자>입니다.
<석양의 무법자>는 많은 영화광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어느 한 리스트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로 뽑히기도 하고,
김지운 감독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리메이크를 했을 정도니까요ㅋ
(참고로, <석양의 무법자>의 원제는 <좋은 놈, 나쁜 놈, 못생긴 놈>이에요ㅎㅎ)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주인공이 무려 세 명!입니다.
배우들 역시 모두 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어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도 쏠쏠하답니다.ㅋㅋㅋ
세 명은 영화에서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죠, 선한 자, 악한 자, 그리고 추한 자.

첫번째, 선한 자인 블론디 역은 역시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합니다.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던 차갑고 마초적인 이미지보다는 추한 자를 도와주는 선한 역할로 나옵니다.
결국 나중에는 진정한 승리를 거머쥐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두번째, 악한 자인 센텐자 역은 리 반 클리프가 연기하는데요,
워낙 전작에서 몬코(클린트 이스트우드)보다 더 남자답고 사려깊은 모습을 보여준 그인지라, 자신의 일을 위해 어떠한 사악한 짓도 마다않는 무게감 있고 소름끼치는 그의 모습이 잘 적응되진 않더군요...ㅋㅋㅋ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의미는 있던 캐릭터라 생각합니다.

세번째, 추한 자인 투코 역은 엘리 웰라치가 연기했답니다.
리메이크 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이상한 놈을 연기했던 송광호 씨가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무척 코믹하고 엉뚱하고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연기를 선보인답니다.
<석양의 무법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비주얼 높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ㅎㅎㅎ
하는 짓 하나하나가 때로는 착해졌다가, 때로는 사악해지는 등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약았고, 간사한 인물입니다.ㅋㅋㅋ

줄거리는 간단해요. 이 세명의 인물이 어느 공동묘지의 한 무덤에 묻힌 금을 쟁탈하기 위해 펼치는 모험입니다.ㅋㅋㅋ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만의 무게감 있고 흥미진진한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석양의 건맨>,<석양의 무법자>였습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1998)>,전쟁의 참혹함에 감동과 재미를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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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톰 행크스, 에드워드 번즈, 톰 시즈모어, 제레미 데이비스, 빈 디젤, 아담 골드버그, 배리...
개봉
1998 미국
평점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1998)>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장면은 거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장면인 오마하 해변 상륙 신으로 시작합니다.
이 장면의 스케일은 정말 어마어마하죠...온갖 총탄이 휘날리고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핸드헬드로 잡아내어 스크린에 펼쳐진 장면을 보면...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특별히 더 의미가 있다면, 전쟁의 참혹함과 끔찍함을 세세히 잘 담아 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쉴 새없이 총탄과 폭탄이 빗발치는 가운데에서도 카메라는 총탄과 폭탄을 맞아 피가 터지고 중상을 입는 그 순간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대원들이 달려가는 것을 카메라에 담다가도 카메라를 뒤로 돌려 땅바닥에 널브러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병사를 포착하기도 하지요.
제일 강도가 셌던 것은 내장이 밖으로 흘러나왔던 군인...ㅠ
그리고 이 전투신에서 존 밀러 대위가 해변에 상륙하는 장면에서는 잠시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면서 7프레임 속도로 주변의 전투신들을 촬영하면서,
석유 가스통이 터져 불타죽는 병사들, 뚝 떨어져나간 팔을 찾아 다른 쪽 팔에 들고 유유히 달려가는 병사들을 카메라에 긴박하게 담아냄으로써 전쟁의 끔찍함을 더욱 객관적으로 표현하여 좋았습니다. 그런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구요.
특히 전쟁이 끝났을 때 멜라시가 히틀러 소년단의 단검을 받아들고 흐느끼는 장면이라든가, 존 밀러가 "맞아. 정말 끔찍해..."라며 얕게 독백하는 부분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전쟁이 얼마나 사람을 처참히 짓밟는지 낱낱이 보여주는 장면이었죠.

이야기의 시작은 라이언 부인의 네 명의 아들 중 세 명의 아들이 전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존 밀러 대위와 몇몇 대원들은 네 형제 중 막내인 제임스 프랜시스 라이언 일병을 구해 집으로 데려가게 하기 위해 출동합니다.
이 스토리 시작 부분이 좀 뜬금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 개연성이 부족했던 게 이 영화의 허점이라면 허점이겠지요.

그리고 결국은 라이언 일병을 찾습니다...
하지만 라이언 일병은 다리 사수 작전을 코앞에 두고 동료들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하죠.
이 친구 참...전우애가 깊네요.ㅎㅎㅎ


그리고 존 밀러 대위와 대원들은 라이언 일병과 함께 다리 사수 작전에 동참합니다.
업헴을 제외한 대원들은 모두 전사하게 되고, 존 밀러 대위 역시 거의 죽어갈 즈음, 지원군이 나타나지요.
그리고 존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라이언, 꼭 살아 돌아가야 해...잘 살아야 해..."
결말은 그렇게 감동적으로 끝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최고 장점이라면, 긴장감 넘치는 카메라 워크를 이용한 초반 전투씬으로 상당한 재미를 건져내고,
마지막 결말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감동을 일으키게 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많이 아쉬웠지만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년병인 '업헴'또한 놓쳐서는 안 될 인물입니다.
영화에서는 별거 아닌 초년병처럼 묘사되지만, 사실 그가 하는 행동은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독일군 포로를 잡았을 때는 죽은 동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포로를 죽이려는 아군 동료들에게 대항하면서 기어이 그를 살려주죠.
그 씬만 해도 업헴은 전쟁 속에 나지막이 살아있는 인간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멜라시를 죽인 독일군을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전쟁에 길들여진 인간이 됩니다.
적군이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더라도 무조건 죽여야만 하는 끔찍하고 참혹한 현실에 길들여져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겁니다.
개인적으로 업헴이라는 소소하고도 나름 의미가 큰 이 인물이 가장 중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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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 포스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전쟁의 참혹함과 끔찍함을 낱낱이 드러낸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였습니다.-

<공동 경비 구역 JSA(Joint Security Area,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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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평점
 <공동 경비 구역 JSA(Joint Security Area,2000)>

1.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간 구성...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도 시간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AREA, SECURITY, JOINT 이 총 3장구성의 순서로 차례차례 사건이 진행되며,
각 장마다 공동경비구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수사과정→살인사건 당시 벌어졌던 일 이 순서로 사건이 진행되죠.

저는 이걸 처음 본 순간, 아하! 하고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답니다.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이었죠!
<저수지의 개들>도 보면 그렇잖아요, 전체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미스터 화이트, 미스터 블론드, 미스터 오렌지 이 3단 구성의 순서로 과거 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독특한 시간구성으로 보여주는 모습.
그 모습이 저는 <공동 경비 구역 JSA>의 진행과정과 굉장히 유사한 듯 합니다.ㅎㅎ
둘이 절친이다 보니, 박감독도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어느 정도 오마주했나 보군요ㅋㅋ

2.스토리 전개의 치밀함과 놀라운 연출력
-그들의 첫 만남-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은 스토리 하나만으로도 그 모든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 싶습니다.
자신이 밟은 지뢰의 선을 끊어준 북한 장교 두 명과 친해진 남한 군인 두 명의 우정이야기, 하지만 곧 그것이 다른 북한 장교와의 냉혹한 갈등과 의심 속에서 무자비하게 짓밟히는 이야기. 바로 그 JSA의 비극을 박 감독은 말하고자 했을 겁니다.
결말마저 충격적이다 못해 상당한 여운을 남기는 이 영화를 통해 박 감독은 분단의 비극을 좀 더 현대적인 배경에서, 또한 더 가슴에 와닿도록 연출을 해 놓은 거죠.
-총성이 울린 뒤 비춰지는 부엉이. 부엉이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 박 감독의 훌륭한 연출력은 스토리와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더욱더 극대화시키고자 했던 하나의 장치였던 겁니다.
 참...여러모로...박찬욱 감독님 정말 대단합니다!!!

3.왜 이 정도의 명작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을까요

제 생각엔 아마도 영화 자체의 소재가 세계적 소재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의 본성, 세계적인 사회 풍조에 대한 비판 이런 거에 대해서 담화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에 대해 뼛속깊이 통찰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한국사람인 저에게는 마냥 좋은 영화였답니다.ㅋㅋㅋ

4.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영화계의 앞길에 대해서...
저번에 <살인의 추억>을 보고도 똑같이 든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다 보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면서도, 왜 그런 영화를 만들지는 못할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사회적인 영화 풍조라던가, 그런 면에서 우리 관객들의 자세가 어느 정도 교정이 필요하다고도 보고,
또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이 좀 더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게 정부 측에서 어느 정도의 지원도 필요하며(예를 들면 제한 상영관 건축이라던가...)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의 몫도 크다고 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이 좋은 소재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된다는 거죠. 지금 과연 자기영화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누가 있을까요? 봉준호, 박찬욱, 김기덕, 김지운,나홍진...이 다섯 감독밖에 없답니다...(제 생각으로는요)

어쨌든 후일이라도 더 나아질 대한민국 영화계의 도약을 빌며 포스팅을 마칩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 특히 신하균의 바보?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였습니다.-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1992)>,그들은 진짜 개들였다

이 포스트를 보낸곳 (1)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하비 케이틀, 마이클 매드슨, 크리스 펜, 스티브 부세미, 로렌스 티에니, 에드워드 번커, ...
개봉
1992 미국
평점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1992)>


1.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줄거리는 있습니다.ㅎㅎ(하긴 줄거리가 없는 영화가 어디있을까요...)
대강의 줄거리는 다이아몬드 도둑질을 위해 모인 7명이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도주하려다가 경찰의 습격으로 서로를 오해하고 배신하고, 죽이는 피튀기는 이야기인데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그 줄거리를 주도하든, 주도하지 않든, 관여하거나 그렇지 않던간에 대사 하나하나가 쓸데없으면서도 뭔가 중요한 듯처럼 보입니다.ㅋ
그야말로, 대사가 어떤 대사든간에(영화흐름에 아무런 지장도 안 주는 쓰잘데기없는 대사더라도) 영화에 한 몫을 한다는 거죠!
그런 점이 나름 영화를 보는데 쏠쏠한 재미를 덧붙여준 것 같습니다.ㅋㅋㅋ



영화는 특이하게도 시작부터 영화의 줄거리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마돈나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주인공 7남자 중 한 명인 미스터 브라운(쿠엔틴 타란티노 감독...ㅋㅋㅋ)은 마돈나의 'Like a Virgin'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에 관련된 xx얘기를 시작합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영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으면서도 나름 몰입감을 올려주죠.
중간에 리더인 죠 캐봇이 수첩을 뒤적이며 이름을 찾다가 미스터 화이트가 그 수첩을 빼앗으며 하는 말이 나름 재밌습니다.ㅋㅋㅋ





그리고 나름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일곱 도둑이 경찰의 급습을 받으면서, 서로가 간첩이 아닌지 의심하고 배신하고 싸우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장면 역시 영화보는 데에 얕지만 뼈깊은 갈등을 잘 전해줍니다.
이럴 때 그들이 서로 싸우는 부분을 보면 그들이 정말 '개'가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죠.
게다가 이런 인물들의 대사를 잘 살펴보면 인물들의 서로 다른 성격도 대사에 잘 묻어납니다.
인물들의 대사만으로 이렇게 인물들의 성격을 조금씩 드러내주는 이런 능력으로 보면 타란티노, 그도 참 천재인 것 같습니다.ㅎㅎㅎ


2.독특한 시간 구성
대사도 대사지만, 이 영화는 시간 구성이 무척 독특합니다.
이 영화의 표면적으로만 나타나는 전체적인 전개 과정을 살펴보자면...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는데요,

식당에서의 대화→미스터 오렌지의 부상→미스터 핑크가 간첩이 있을 의혹을 제시함→미스터 핑크가 경찰들로부터 도망치는 모습→미스터 화이트가 어떻게 이 일에 참가하게 됐는지→미스터 화이트와 미스터 핑크가 슬슬 싸우기 시작함→미스터 블론드 등장→미스터 화이트와 미스터 블론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됨→그 때 미스터 블론드가 포로로 잡아온 경찰을 공개→미스터 블론드가 어떻게 이 일에 참가하게 됐는지→죠 캐봇의 아들인 에디 캐봇 등장→미스터 화이트랑 미스터 핑크는 에디 캐봇따라서 죠 캐봇 찾으러 감→미스터 블론드는 경찰의 귀를 자르는 등 고문함→그러다가 미스터 블론드가 미스터 오렌지가 쏜 총에 맞아서 죽음(여기서 미스터 오렌지가 비밀경찰, 즉 간첩임이 밝혀지죠)→미스터 오렌지가 어떻게 비밀경찰 신분을 숨기고 이 일에 참가하게 됐는지(미스터 오렌지가 일에 참가할 작전을 친구와 함께 세움→같이 일할 동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미스터 오렌지→죠 캐봇이 각자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다이아몬드를 털 작전을 세움→경찰을 피해 가던 도중 미스터 브라운 사망→미스터 오렌지는 한 여인이 탄 차를 뺏어 탈려다가 그 여인에게 총맞고 부상 입음)→죠 캐봇 등장→죠 캐봇은 미스터 오렌지가 비밀경찰이라며 죽이려 하자 미스터 화이트는 그렇지 않다고 죠 캐봇에게 총구를 들이댐. 그러자 에디 캐봇이 아버지에게 총 들이대지 말라고 미스터 화이트에게 총을 겨눔→결국 세 명이 서로를 쏨→미스터 핑크는 다이아몬드를 챙기고 혼자 달아남→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미스터화이트에게 미스터오렌지가 자기가 비밀경찰 맞다고 말함→마지막에 경찰이 급습하고 결국 미스터 핑크를 제외한 모두가 사망

어휴 세세한 부분까지 써보니 기네요...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 구성이 무척 독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위에서 정말 개성적이고 창의적인 시간 구성이라 할 부분은 블럭체 처리했는데요,
맨 처음에는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렇게 주인공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갈등을 빚어가다가, 중간에 갑자기 한 인물을 중심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 펼쳐지죠.
예를 들면,

인질로 잡아온 경찰아저씨를 트렁크에서 꺼내다가

이렇게 인물의 이름이 화면에 나타나고,
이렇게 그 인물이 어떻게 다이아몬드 도둑질에 참가하게 됐는지와 그 인물의 과거, 인간관계등이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부분이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여준 <저수지의 개들>의 무척 개성적인 면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런 시간 구성이 독특하고, 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간에 과거의 일이 나오니까 그 전에 전개되던 현재의 일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 좀 더 각인하게 되고,
또 과거가 나중에 나옴으로써 그 인물이 이랬구나...하면서 또 다른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타란티노가 도전한 나름 신선하고 미묘했던 도전은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봅니다!


3.잔인함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타란티노의 천재적 능력!
쿠엔틴 타란티노, 그의 영화는 또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데요,
꼭 영화마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이 있다는 점이죠!
아마 대중 사이에 가장 많이 각인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은 <펄프픽션>과 <킬빌>일텐데요,
<킬빌>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피가 장난아닙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저수지의 개들>은 <킬빌>만큼 선혈이 낭자하지는 않지만 워낙 현실적으로 선혈이 표현되서 섬뜩한 느낌도 들었지만, 너무 사실되게 표현해서 약간 과장감이 들어간 유쾌감이랄까? 그런 느낌도 들더군요.ㅎㅎ

-총에 맞은 프레디의 모습...피로 흥건합니다.ㄷㄷㄷ- 
하지만 <저수지의 개들>촬영 당시에 유명한 일화가 하나 있죠.
타란티노 감독이 촬영장에 의사선생님 한 분을 모셔와서,
"의사 선생님, 총을 맞았으면 한 피를 이 정도 부으면 됩니까?"하자, 의사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한 양동이 더 붓게! 자네는 총 쏘는 게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아나?"
ㅋㅋㅋㅋㅋ말이 더 필요합니까? 선혈 표현이 과장된 듯 하지만, 결국은 그게 실제 현실이란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혈효과가 유니크한데, 전혀 부자연스럽지가 않았습니다.ㄷㄷㄷ
-건들건들~ 원래 다음장면도 선혈이 무지막지한데, 여긴 네이버 블로그잖아요...ㅋㅋ-
 
전체적으로 총평을 해보자면...
시간 구성, 연기력, 대사 하나하나, 스토리, 장면효과 등이 가볍고 톡톡 튀는 느낌이 들어 무척 마음에 들었으나,
전체적인 이야기를 조금 세세하게 보여주느라 전개과정이 약간 루즈했다는 점이 문제점이라면 문제점이겠지요...
그래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만의 색깔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명작이었습니다!ㅎㅎㅎ

마지막으로,
1960년 작 <오션스 일레븐>에서 처음 쓰였으나,
<저수지의 개들>에서 대중화시킨 바로 이 오프닝 시퀀스를 올리고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이 장면은 후일 많은 범죄영화에서 응용되지요! 우리나라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포스터에도 쓰이구요ㅋㅋㅋ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장면입니다. '개'들이 최후를 맞는 장면이지요-
ps.사진에서 팀 로스 지못미...ㅠㅠㅠ 

[영화 리뷰] 킬 빌(Kill Bill Vol.1), 일본 고전극에 대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해석



킬 빌, 대체 어떤 사진으로 이 리뷰를 시작해야 가장 좋을까를 한참 고민해도, 워낙 담긴 이야기가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기에 망설이다, 결국 킬 빌에서 가장 유명한 경구로 포스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Revenge is a dish best served cold." 
 복수는 식혀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과 같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
깜깜한 화면에, 장식 따위 되지 않은 심플한 클린건 속담1이 나오고, 신부(The Bride)의 다급한 숨소리가 들리며 영화는 시작된다. 흑백 처리가 되어있음에도, 보는 사람이 절로 혀를 차게 만드는, 혹은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충격적인 시작 장면을 지닌 영화, 킬 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1. 개요; 감독/ 출연 등.


  총 111분의 러닝 타임을 가진 영화, 킬 빌 vol.1 은 B급 영화와 일본 애니메이션, 중국의 무협 영화가 떠오르게 만드는 센스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감독했고, The Bride의 캐릭터는 우마 서먼과 쿠엔틴 타란티노(U와 Q로 표현됨)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동일 감독의 작품인 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에도 출연했고, 스릴러로 유명한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앤드 로빈(Batman & Robin, 1997; 왠만하면 보지 않는 것을 추천)에서 Poison Ivy로 출연하기도 했던 섹시 스타, 우마 서먼(Uma Thurman)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
 (사실 '캐스팅되었다'라는 표현보다는, 이 영화 자체가 우마 서먼을 위한, 우마 서먼에 의한, 우만 서먼의 영화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애초에 영화 제작 시기도 우마 서먼의 결혼과 임신으로 인해 미루어졌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애초에 '우마 서먼'을 주인공으로 잡아서 영화를 구상했다고 하니, 이 영화는 그야말로 "오직 우마서먼"인 영화인 것이다. 비슷한 느낌으로 배우 하나나만을 위한 한국 영화로는 칠광구가 있으나, 칠광구가 그야말로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급의 재난이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우마서먼에 대한 빠심은 보통이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 2000)에서 섹시 다이나마이트한 동양계 요원으로 등장했던, 그리고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쿵푸 팬더(Kun fu panda, 2008)에서 Viper의 성우를 담당했던 루시 루(Lucy Liu)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며 등장한다.
이외에도 데이빗 카라딘, 비비카 에이 폭스 등등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킬 빌 1편에서의 가장 중요한 배우는 우마 서먼과 루시 루 뿐이므로, 다른 배우들은 그 이름 철자로 쓰지 않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킬 빌 2편에 대해 리뷰를 쓰게 된다면, 그 때는 데이빗 카라딘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 이 아저씨는 진짜 간지 폭풍인데다가, 죽는 것도 진짜 굉장하게 죽어서 꼭 이야기를 하고 싶은 아저씨다.)

2. 줄거리 및 등장인물
 킬 빌 1의 줄거리를 짧게 요약해서 말하자면?
 "불청객에 의해 행복한 결혼식날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 신부, 4년 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펼치는 피의 복수극"
조금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살려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4년의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신부. 그러나 그녀의 배에서 숨쉬던 아이는, 태어나지도 못한 채 사라져버리고, 그녀를 축하해주려고 모였던 이들도 모두 죽어버렸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을 습격했던 암살단에 대한 복수 뿐. 한 때 자신이 속해있었던 조직, 그 조직에서 배운 기술들을, 그 조직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은 복수 영화가 아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지만, 어쨌든 영화를 딱 보고 기억에 남는 것, 그리고 영화에 대한 한마디 표현은 누가뭐래도 "복수극"이다.  감독의 의도와 내 느끼는 바가 다른 점은 좀 슬프게 생각하지만, 사실 킬 빌을 복수극이 아니면 어떻게 봐야할지 잘 감이 오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 로맨스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뭐, 역시 킬 빌은 대표적인 복수극이다.

 복수극의 주인공, 처절한 복수의 주인공이자 광기와 분노에 빠져있음에도, 이성적인, 극중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자비와 동정심, 용서일 뿐인 ("It's mercy, compassion and forgiveness I lack, not rationality") 여전사는 우마 서먼이 연기한 "The bride"이다.


The Bride, 코드명은 Black Mamba.
1편에서는 그 본명이 아주 비밀스럽게 감춰지는 여인이다. 이름이 나올 때면 삐-하는 소리로 처리되어서, 도저히 알 길이 없는데, 킬 빌 2편에서는 너무 손쉽게 그 이름을 밝혀서 맥이 빠져버린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4년의 혼수 상태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한 일이 자신을 강간하려는, 그리고 강간했던 남자들을 죽인 것인, 그리고 4년 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다리를 "Wiggle your big toe"라는 명령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강철 같은 의지의 여인. 무참히 사람들을 베어넘기는 인간 도살자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학살극을 벌이는 이 여인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우마 서먼의 그 아름다운 외모가 드러나기 힘든, 메이크업 따위는 없이 계속해서 바닥을 굴러다닌 것 같은 연출을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아름다운, 그리고 치명적인 여인인데, 비슷한 헐리웃의 여인천하활극이라고 할 수 있는 미녀 삼총사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거칠고 수수한 느낌이다.

The Bride의 적수이자, 1편의 주요 대적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오렌 이시. 루시 루가 연기했다.

서양의 동양, 특히 일본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의 여인.
그녀의 과거사를 보고 있노라면, 옛날 일본에서 만들어진, 스즈키 노리부미 감독의 불량 여두목(Sex and fury, 1973)이 떠오른다. (물론 그것에 비해서는 노출이 훨씬 적다.)
오렌 이시는 "Deadly Viper Assassination Squad"의 전 멤버로, 당시의 코드 네임은 "Cottonmouth."
반은 일본인, 반은 중국계 미국인인 이 여인은 The Bride의 살인 명단에 첫번째 이름으로 오르는 영광을 얻는다.  특이하게도, 주인공의 과거사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영화에서 그 출생 및 성장 배경이 매우 세세하게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설명되는 캐릭터로, 이렇게 과거사가 확실하게 밝혀진, 그리고 중요하게 다루어진 캐릭터는 오렌 이시가 유일하다.
9살에 부모를 잃고, 11살에 그 복수를 하고, 20살이 되었을 때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암살자 중 하나가 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The Crazy 88"의 보스가 되어 도쿄의 암흑가를 일통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주인공이 너무 짱 센 덕분에, 조직원은 물론이고 자기 목숨까지 잃어버린다.2

이 외에도 
1편에서는 손과 목소리만 등장하는 미지의 인물, Bill.

초반에 주인공을 죽이려하지만, Bill에 의해 제지되어 빡친 채로 돌아가는 Elle Driver,

예쁜 딸내미와 함께 과거를 잊고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가 갑자기 등장한 주인공에게 순식간에 살해 당해버린, Vernita Green,

그야말로 오마쥬의 결정판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여고생이자 철퇴를 무기로 쓰는 미친 존재감의 고고
등이 있지만, 이번 포스트에서는 영화를 전체적으로 리뷰하고 싶은 것이지 등장 인물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니므로, 과감히 생략한다.
(귀찮은 거 아님 x)

3. 영화의 특징 및 감상 포인트
 영화는 자기 보고 싶은대로 보면 되는 것이지, 무슨 특징을 따로 설명하고, 감상 포인트를 설명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이런 포인트를 잡는 건, 내가 그 지점에서 꽤나 감명이 깊었다는 의미일 것이므로, 포인트를 잡아보도록 하겠다.

 1) 과장 (hyperbole)
 킬 빌은, 1편과 2편을 통틀어서, 계속해서 (사실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굉장히 과장된 묘사를 보여준다. 화려하고 치명적이면서도, 절제된 느낌을 주는 액션신(본 시리즈에서 나오는 그런 액션신)에 익숙한 사람이 처음 킬 빌을 보았다면, 
 '뭐야, 왜 안죽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또는
 '뭐야, 이 만화 같은 건?'
 '무협 영화야?'
 라는 생각을 하거나.
 필자는 이 부분이, 영화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킬 빌의 액션은 그야말로 '만화' 같다. 그러니까, 만화책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액션신을 보여준다. 주먹질 한 번에 사람이 부웅 하늘을 날고, 칼을 한 번 휘두르면 상대의 칼은 물론이고 팔도 잘려버린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도 좀비처럼 일어나고, 칼날이 챙챙 번쩍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상대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죽는다.

이러한 과장된 액션신의 연출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취향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가 추구하는 액션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났기에, 그야말로 감독의 적나라한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 씬, 즉 오렌 이시의 과거사 씬에서 보이는 액션씬은,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과장되어 관객에게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러한 과장법으로 영화의 액션신을 처리한 덕분에, 액션신의 진지함은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그 역동성과 과감성, 그리고 화려함은 굉장해진다.

이런 만화 같은 액션신은 자연스럽게 홍콩 영화, 일본 영화를 떠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특히 그런 동양 영화 중에서도, 킬빌 vol.1 은 일본의 사무라이 활극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이에 반대되게, 킬빌 vol.2는 중국식 무협영화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주인공이 사용하는 칼이 일본도라는 점, 나레이터 겸 복수의 조언자가 하토리 한조라는 일본인이라는 면, 그리고 마지막 대결이 일본 야쿠자들과의 대결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식 무협 영화보다는 일본식 검객의 활극에 가까운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과거의 향수를 살려내서, 굉장히 오래된 영화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무척 최근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게 만드는 과장된 액션신을 위해서, 배우들의 동작은 크고, 카메라의 움직임은 어지러우며, 팔, 다리가 날아가고 피가 비산하는 장면들이 과감하게 등장한다.
이런 과장된 측면을 하나의 매력으로 받아들이고, 그 지점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뭐랄까, 킬 빌은 썩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2) 명예 또는 고귀함
킬 빌을 그저 '복수극'이 아니게 만드는 것은, 혹은 킬 빌을 여타의 복수극과 다르게 만드는 것은 복수의 방침에 있다. 주인공은, 단순히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 아니, 이 표현보다는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
주인공인 신부는 복수를 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상대를 죽이지는 않는다.
그녀는 복수를 하지만, 그 복수는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지며, 그녀는 무방비의 상대를 공격하기보다는, 상대 또한 준비된 상태에서 승부를 결한다. 그렇다. 복수라기보다는, 승부를 결한다는 느낌이 더 옳게 느껴진다.
The Bride는 잠자는 상대를 습격하거나, 이동 중인 상대의 차를 폭발시키거나, 딸을 인질로 삼아 상대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다. 그녀는 상대의 아지트로 숨어들어가, 상대를 조심스럽게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의 아지트에서 당당하게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외친다.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여인 주인공을 주제로 한 액션극인 "미녀 삼총사"와 다른 지점도 그 지점이다. 미녀 삼총사는 요원으로, 암습도 가리지 않고, 비겁함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The Bride는 복수를 원하면서도, 명예를 추구한다. 어찌보면 무사도,기사도의 표본처럼 행동하며 복수를 실행한다.

그러한 고귀함 (혹은 무사도라고 표현해야 할까?) 은 다음의 두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첫 장면은 신부가 바니타 그린의 딸 앞에서 그녀를 죽였을 때다. 문가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It was not my intention to do this in front of you. For that I'm sorry. But you can take my word for it, your mother had it comin'. When you grow up, if you still feel raw about it, I'll be waiting."
네 눈앞에서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미안하구나. 내 말은 진심이야. 이건 네 엄마가 자초한 일이란다. 만약, 나중에 네가 더 큰 후에도, 나에 대해 증오를 느낀다면... 나는 네 복수를 기다리마.
 복수를 하는 사람치고는, 꽤나 감상적이다. 복수 대상의 딸인데도 불구하고, 그 딸이 보는 앞에서 결투를 피하기 위해 "장소를 정하자"고 말하는 모습도, 그리고 복수를 한 후에 그 딸에게 복수의 기회를 주는 모습도, 옛날에 보았던 무협지에 나오는 정정당당한 정파의 무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음으로, 마지막 오렌 이시와의 결투 장면에서도, 단순히 '죽고 죽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오렌 이시에게 신부가 한 칼을 먹이고, 오렌 이시는 붉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조용히 말하기를,
 "For ridiculing you earlier, I apologize.(일전에 너를 비웃었던 것, 사과한다.)"
 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신부는 눈물을 참으며, "Accepted.(사과를 받아주마.)" 하고 사과를 받아들인다.
이는 신부의 목적이 단순히 '복수'에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녀의 복수는 그저 '나에게 이런 짓을 한 작자들이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어'라는 의미를 넘어서, 그간 쌓아오고 엮어둔 인연의 고리를 자르는 것이고, 둘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둘 사이에 더 있을 수 있는, 더 생길 수 있는 미래의 관계마저도 정리하는 종결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부는 단순히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전력을 다해서 상대와의 'unfinished business"를 해결하려 드는 것이고, 그러한 이유로 인해서, 그녀는 어쩌면 멍청해 보이는 방식으로 복수를 행하는 것이다.

하토리 한조는 신부에게 복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 Revenge is never a straight line. It's a forest, And like a forest it's easy to lose your way... To get lost... To forget where you came in." (복수는 쭉 뻗은 길이 아니라, 숲에 가깝다. 그리고 숲처럼, 길을 잃기도 쉽고, 어디서 왔는지를 잊기도 쉽지.)

이런 난해한 복수의 길에서, 신부가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복수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그 복수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의 이러한 고귀한 정신, 무사도를 지키는 정신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3) 침묵
킬 빌이 그저 눈이 번쩍거리는 액션신으로 이루어진 복수극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 이렇게 큰 찝찝함(이랄까. 이 표현이 싫으면 감정의 앙금이라고 해도 좋겠다.)을 남기는 이유는, 영화가 그대에게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킬 빌은 굉장히 많은 측면에서 침묵한다.
킬 빌은 대사가 굉장히 적고, 그 속에서도 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 대사는 정말 손에 꼽을만하다. 대부분의 경우, 행동으로 또는 침묵으로 캐릭터를 묘사하고, 그 묘사마저도 상상의 여지를 두고 펼쳐진다.

'아, 이 때 주인공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어? 둘이 무슨 관계지? 뭔가 깊은 관계는 관계였나본데!'

상황 설명을 과감하게 잘라버린 덕분에, 영화는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풍부하게 남겨두었고, 그 덕분에 영화는 관객의 뇌리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게된 것 같다. 뭐랄까, 그야말로 보이는 부분만을 보여주었달까?

피투성이의 신부가 등장하는 충격적인 오프닝으로 시작해서, 바니타 그린에 대한 복수를 보여주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식물인간에서 깨어나 복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비꼬인 시간줄 속에서, 주인공은 과묵하고 터프한 침묵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신부의 여정은, 그녀가 복수를 위해 칼을 뽑아 들고, 자신을 배반한 조직- 어쩌면 그녀의 세상을 구성하던 모든 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그고통의 행로는 침묵에 가까우며, 그 캐릭터는 철저히 내면적이다. 손쉽게 대사를 통해 캐릭터를 보여주지 않고, 고지식하게 느껴질 정도로 장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속에서 상상의 나래는 커지고, 영화에 더 몰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마지막 청엽정에서의 전투는, 그야말로 무성 영화에 가까울 정도여서, 몇 마디 짤막한 대사를 빼고는 대사가 등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대사 없음으로 인하여 더욱 호소력 짙게 우리에게 그 장면이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전투 도중 오렌 이시가 뒤쪽으로 사라지는 모습에 신부가 "앗, 어딜 가는거야! 멈춰!" 따위로 소리를 질렀다면, 오히려 그녀의 다급한 심정이 희화되지 않았을까?

4) 음악

킬 빌의 특징을 꼽으면서, 매력적인 음악들을 소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주 세련된 느낌이 들거나, 아주 상황에 잘 어울린다기 보다는, 어딘가 묘한 B급 영화의 센스가 느껴지는 음악들이 킬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묘한 것은, 이 적당한 B급 센스의 오래되고 조금 촌스러워보이는 느낌이, 오히려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에 고전 일본 사무라이 활극에 대한 오마쥬이니, 이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킬 빌에서 사용된 음악들은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인터넷 동영상 등에서도 꽤나 활용되었다. 유명한 것들을 이야기하자면, Tomoyasu Hotei의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2:28)


그리고 놈놈놈, 빠삐놈 따위로 유명했던 노래인 "Don't Let Me Be Misunderstood"(Santa Esmeralda – 10:29). 이 노래의 경우에 영화에서는 초반의 박수치는 부분만이 거의 무한 반복으로 나오게 편집되어 있다.


이외에도 마지막 결투 장면을 장식하는 노래, 그야말로 추억이 물씬 물씬 풍겨나오는
Meiko Kaji의 The Flower of Carnage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여러 음악 중에서도, 킬 빌의 분위기를 가장 잘 묘사하는, 그리고 주인공인 신부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노래는, 왠지 영화의 오프닝을 담당한 노래인 "Bang Bang (My Baby Shot Me Down)" 이라는 생각이 든다.

 Nancy Sinatra 에 의해 불려진 이 곡은, 그야말로 킬 빌의 주제곡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가사도 그렇고, 그 내용도 그렇고, 말 그대로 킬 빌을 위한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 순으로 생각하자면, 이 노래를 위해 킬 빌이 만들어졌다고 해야할까?)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그리고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느낌이 드는 듯한 음악들은, 홍콩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일본 사무라이 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한 이 시대를 혼동스럽게 만드는 영화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5) 기타
 이외에도 특징으로 킬 빌의 오마주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 싶기도 했고, 배우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기도 했는데, 그러기에는 점점 분량은 늘어가고, 내 시간은 줄어들고, 나는 피곤하고 그런 이유들로 인해서 또다시 과감하게 생략하겠다. 사실 이 영화는 오마쥬 덩어리라서, 오마쥬가 아닌 장면을 찾기가 더 힘든 영화인걸 생각하면, 누가 머리 아프게 '아, 이 장면은 이거 흉내낸거다.' 같은 소리를 듣고 싶을까 싶다.

 오마쥬가 아니고 다른 건, 옥의 티 찾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포기하도록 하겠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오렌의 애니메이션 씬에서 리무진에 탄 남자를 죽이려고 할 때, 오렌의 손톱이 빨간색이다가 깨끗해졌다가 한다던가, 바네사 그린이 자기 딸 사진을 보여줄 때 사진을 잡은 위치가 변한다던가 하는 것 등등.

 또 색깔, 원색을 사용해 굉장히 매력적인 (예를 들어 노란 트레이닝복, 흰색-연노란색으로 대조가 되는 바네타 그린의 집, 어둠을 배경으로 흰 눈이 내리는 정원 등등) 장면을 구성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이건 그야말로 귀찮아서 생략하는 것이다. (나중에 진짜 나중에 어쩌면 의지와 시간이 생겨서 수정할 수도 이뜸)

4. 감상평
'B급 영화' 느낌이 잔뜩 나는 영화이고, '생각할 필요 없이, 예쁜 여주인공이 나와서 이것저것 다 깨부수는 영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필자는 킬 빌이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생각할 점들은 많이 던져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과장된 액션신과,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연출에서 그저 '오마쥬물' 정도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오마쥬를 이렇게 높은 퀄리티로 헐리우드에서 만들 수 있는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그런 오마쥬물 속에서 자기 색깔을 쏙쏙 집어넣는 감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예를 들어, 고고 유바리.
고교생인데, 철퇴를 무기로 쓰고, 살인을 즐기는 교복 입은 캐릭터를, 헐리웃에서 누가 만들 수 있을까. (고고 유바리의 등장 장면, 즉 원조 교제를 떠오르게 만드는 그 장면은 우리 나라에서는 아청법에 걸리는 장면일까?  하는 의문이 갑자기 든다.)
말 그대로 쿠엔틴 타란티노가 아니면 하지 못할 기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유치하고, 촌스러울 수 있는 장면들을 무척이나 감각적으로 구성해내어,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만든다. 사실 " 정장을 입고 이상한 가면을 쓴 놈들이 일본도를 들고서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자와 싸운다." 라는 장면은 생각했을 때 무척 우습기만 한 장면인데도, 그 장면을 무척이나 멋있고 박진감 넘치게, 그리고 진지하게 그려내는 것만해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감각이 굉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사가 적어, 캐릭터에 몰입하고, 액션에 몰입하기는 편하다. 그러면서도 영화광들이라면 보면서 '아, 이건 무슨 장면 같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고, 특히 슬슬 잊혀지고 있는 동양쪽 고전들을 한 번 떠오르게 하여 묘한 웃음을 짓게 하기에 좋은 영화. 아무 생각 없이 감각적인 장면들에 몰입하며, 스트레스가 사라질 때까지 자극적이고 과격한 장면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영화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복수에 대해서, 그리고 이 묘한 명예에 대해서 생각해보기에도,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융합에 대한 고민을 할 만한 계기를 주기도 하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역시 본 씨리즈나 테이큰 같은 헐리웃의 세련된 액션씬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그리고 잔인한 장면을 싫어하는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세련되고 깔끔한 액션을 원하신다면, 그리고 엽기적이거나 잔혹한 장면을 싫어하시는 분이시라면, 쿠엔틴 타란티노에 대해서는 조용히 물러나심이 좋을 것 같다.



5. 마무리
 글을 쓰고 있으려니, 대체 그냥 때리고 죽이고 싸우는 영화를 무슨 정신으로 이렇게 좋아하느냐, 혹은 이렇게 열심히 보느냐 싶을 수도 있겠다 싶다.
 확실히 킬 빌은 그냥 생각 없이 화려한 액션씬과 "우마 써먼 진짜 짱 크다." "우마 써먼 예쁘네." "우마 써먼 되게 잘하네." "우마 써먼 저게 결혼한 아줌마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보기에도 좋은 영화다. 그리고 영화 자체가 무슨 엄청나게 깊은 내용을 가지고, 철학적으로 심도 있는 포지션을 취해서 다루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이면서도, 생각할거리를 툭툭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상상과 생각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었기에, 이 영화가 소위 말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또는 '심도 있는' 영화들보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매트릭스처럼 철학적인 영화로 소문이 난 영화나, 인셉션처럼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쿨해보이겠지' 같은 생각을 하고서 심도 있어 보이는 척을 한 영화들도 분명히, 생각할 것들도 많고, 좋은 영감들도 많이 주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그런 고민을 강요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보다는, 이렇게 아예 고민 따위는 전혀 필요 없을 것처럼 접근하면서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은근 고민할 거리가 많은 영화가 더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확실히 내 그저 개인적인 취향인 것 같다.


Murat Palta의 작품을 보이는 것을 끝으로, 이 두서없고 끝으로 갈 수록 잠에 취해서 뭐라고 썼는지 모를 리뷰를 끝내고자 한다.
Murat Palta는 킬 빌을 마치, 아주 오래된 이야기, 백마를 탄 기사의 무용담을 그린 동화나, 서사시를 그린 것처럼 묘사했다. 그리고 그 묘사는 킬 빌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킬 빌이라는 영화 자체,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감독 자체가 그러하다. 그는 언제나 오래된 이야기를 진행하고, 이제는 시시콜콜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아주 오래된, 그래서 이제는 유치하게 느껴지는 소재와 장면, 그러한 고전적인 장르를 서양적인 관점에서, 특히 동양에 대한 묘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서양인의 관점에서 해석한 영화, 킬 빌. 특별히 피가 쏟아지고 팔 다리가 무처럼 쑹덩쑹덩 잘리는 장면에 대한 혐오감이 없다면, 한 번쯤은 봐도 좋을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여자친구랑 특별한 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월 1일을 맞이하며, 실존주의적인 의미에서 킬 빌을 여자친구와 보았다가, 여자친구가 무척 화가나서 고생한 남자 1의 조언.)